18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세 대선후보가 차기 정부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기조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윤병세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윤영관 서울대 교수 등 빅3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핵심조언자들은 19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공동개최한 ‘그린코리아2012(장소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 후보가 녹색성장정책을 이명박 정부의 업적으로 인정하고, 다음 정권에서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계열로 분류되는 윤병세 교수는 “농업, 조림,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는 정치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호혜적인 문제기 때문에 쉽게 합의하고 추진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며 “박근혜 후보는 녹색성장 분야의 국제협력을 확대해나가야겠다는 의견을 확실히 밝혔다”고 말했다. “단순히 국제협력만이 아니라 남북협력 차원의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문재인 후보 쪽의 문정인 교수도 녹색성장의 성과를 인정하며 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 교수는 “문 후보의 국제협력외교는 기후변화 문제가 핵심”이라며 “현 정부에서 하는 정책을 상당 부분 지속해갈 것으로 보이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접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 측의 윤영관 교수는 이날 사정상 불참했지만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윤 교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안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녹색성장 밖에 없다”며 “선진국 개도국 간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제3의 장기적 대안으로 녹색성장을 들고 나온 것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 후보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에너지 과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며 “녹색성장 정책의 긍정적인 측면은 계승하고 미진한 부분은 보완하면서 내실을 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 정부와의 선긋기가 보편적인 관례로 여겨지던 선거운동 풍토에서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 유력 대선주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피터 한센 주한 덴마크 대사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도 녹색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오늘 대선 후보들의 대변인들이 이를 증명해줬다”며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이 더 큰 추진력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존 자이스만 버클리대 교수도 “녹색성장이라는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녹색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녹색성장 이슈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상협 대통령실 녹색성장기획관은 “기후변화 문제는 남북한을 가리지 않는다”며 “녹색성장을 이용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기획관은 “지난 9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 강력하게 제안한 것이 남-북-러시아 가스관 사업, 시베리아 횡단철도, 동북아 전력망 구축 등 세 가지였다”며 “녹색성장이 남북 협력의 화두가 돼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가스는 석탄·석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자원이다. 철도 역시 대표적인 녹색운송 수단으로 군림하고 있다.
남북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면 남-북-러시아 가스관, 동북아 전력망 등이 당장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 해로가 열리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만 전제된다면 엄청난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추후 남북경제연합까지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문 교수는 “녹색성장 이슈를 통해 북한과 긴밀해지려면 신뢰구축이 첫 번째”라며 “이는 경제 분야, 서해 북방한계선 문제 등 통합적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윤병세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녹색성장 분야에서 남북협력을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데탕트’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며 1970년대에 미국과 소련의 긴장완화처럼 한반도에서도 새로운 관계의 활로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