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네요. 보세요. 수급대책을 반영하기 전의 최대전력수요치를 보면 저희가 예상한 것과 거의 맞아 떨어지죠.”
지난 3일 찾은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4층 수요예측실 사무실에서 전경희 차장은 이날 전력수급 실적을 보며 이같이 설명했다. 전날 비상수급대책을 반영하지 않고 산출한 최대전력수요 예측치는 7820만kW였고, 이날 오전 11시 실제 최대전력수요는 7827만kW(수급대책 후 7652만kW)였다. 그 차이는 불과 7만kW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수요시장제(100만kW), 전압조정(75만kW) 등의 수요관리와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44만kW) 등 공급관리를 통해 수급대책을 벌인 결과 222만kW 정도 수요를 줄일 수 있었다. 정밀한 수요예측의 힘이다.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11월 말 조직개편과 함께 이사장 직속의 수요예측실을 신설했다. ‘팀’ 단위의 부서를 ‘실’로 격상한 것이지만 여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전에는 전력수요를 장·단기로 나눠 서로 다른 부서에서 저마다 예측해왔다.
특히 단기(일일) 수요예측은 전력수급 운영부서가 맡다보니 전문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수요예측실은 여러 조직에 흩어져있던 수요예측 기능을 그러모은 셈이다.
수요예측실 조직은 단기 예측(2명), 중기 예측(1명), 장기 예측(3명), 데이터 관리(1명), 기상분석(2명)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매일 오후 2시에 모여 다음날 전력수요를 전망한다. 그런 뒤 수급운영 대책을 반영해 오후 6시쯤 최종 최대전력수요 예측치를 발표한다.
전력수요 예측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기업체 조업률, 전기 사용자의 소비 행태, 이상기온 등 불확실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7일 전력거래소는 완전히 빗나간 예측을 해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예비전력 400만kW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오전에 400만kW 아래로 떨어져 결국 관심 경보가 내려졌다.
김우선 수요예측실장은 "날씨가 풀릴 것으로 기상전망이 나와 수요를 낮게 잡았지만 반대로 날씨가 추웠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했고 결국 오차가 났다"고 인정했다.
전력거래소의 수요예측 오차율 목표는 1%다. 전력수요 오차를 100만kW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전 직원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실장은 “우리 부서 직원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라며 “직원 2명에게는 아예 수요예측 프로그램이 탑재된 노트북을 지급해 24시간 수요예측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수요예측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사무실 벽면에 붙어있는 '수요예측은 돈이다' 라는 표어는 이들의 지향점을 잘 나타낸다.
전력수요 예측은 발전기 가동, 전력설비 건설, 수요관리, 기업체 조업 등에 영향을 미친다. 오차가 클수록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부른다.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경제적인 계통운영, 적정 규모의 전력설비 건설 등을 위해서는 정확한 수요예측이 필수다.
전력수요는 너무 높게 잡아도, 낮게 잡아도 문제다. 예측을 과다하게 하면 그만큼 수요관리량이 늘어 비용부담이 커진다. 예측치를 낮게 잡으면 예비력 부족으로 수급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수요예측실은 갖가지 예측기법을 도입해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력수요 예측단위를 1시간 단위에서 15분 단위로 세분화하고, 기상요인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기본부하와 냉·난방 부하를 구분했다. 전력수요 민감도에 기온, 조도, 불쾌지수, 체감온도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해 정밀도를 높였다. 장기적으로는 자동화된 실시간 수요예측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우선 실장은 “예비력 부족으로 수급상황이 어려운 만큼 정확한 수요예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실시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오차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