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 일시 : 2014년 5월 8일(목) 10시 30분 한전 본사 14층

■ 참석자 : 김종철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장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이호평 한전 전력시장처장
양민승 전력거래소 시장개발처장
이재덕 GS EPS 상무

※사회= 정형석 본지 전력에너지팀 기자

전력산업에 경쟁체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13년이 지났다. 지난 13년간 전력산업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도 있고,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어정쩡한 지금의 상태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빠른 시일 내에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행 전력시장 제도 역시 합리적인 자원배분과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일부 개선하기는 했지만, 이해당사자가 많다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창간 50주년을 맞은 전기신문은 전기산업계 전문가들을 모시고, 전력산업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모색해봤다.

▶사회=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전력산업의 현 상황을 평가해 주신다면.

▶박종배 건국대 교수= 구조개편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고, 현재 진행 중이어서 지금단계에서 잘됐다 못됐다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면으로는 정보공개를 통해 과거보다 많은 부분에서 투명해졌고, 민간 기업이라는 새로운 유전인자가 전력산업에 진입하면서 연료구입이라든가 효율성 제고 등 새로운 혁신에 대한 동기가 커진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CBP(변동비 반영 발전시장)체제가 오랫동안 운영되면서 여러 가지 왜곡이 발생했고, 구조개편이 추진된 지 1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판매부문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인 논리에 막혀 진행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단순히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 있거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식으로 구조개편을 추진하기보다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구조개편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구조개편의 목적도 전력산업의 성장 동력 창출인지, 한전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것인지를 설정하고, 지금이라도 모든 이해당사자가 모여서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합니다. 또 앞으로 통일에도 대비해야 하는 만큼 외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할 겁니다.

▶이호평 한전 처장= 박 교수님 말씀대로 구조개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둘 다 있다고 봅니다.
전력산업계에 혁신의 DNA가 접목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하지만 9.15순환정전이 발생한 것은 구조개편의 기술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한전 단일체제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사고였거든요. 또 현재처럼 소매요금이 규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획대로 구조개편이 추진됐다면 아마 국민경제는 파탄에 이르고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전기 판매회사들은 파산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지난 5년간 부채가 25조원이나 순증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충역할을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충격을 직접 느끼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전기판매사업자이자 전력망사업자인 한전이 미래의 한전상을 스스로 설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학계와 관련 전문가가 함께 모여 무엇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바람직한지와 미래의 한전의 모습을 진지하게 고민해줬으면 합니다.
우리 앞에 전력시장제도 등 미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지만, 거시적으로 ICT기반의 새로운 산업 창출과 동북아 계통연계, 통일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한전의 역할을 바로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재덕 GS EPS 상무= 지난 13년은 한 마디로 답답하고 실망스럽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력시장이 2001년부터 발전부분만 개방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니 성과가 없는 게 당연합니다.
일본은 발전연료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독립적 계통구성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큰 나라입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겪으면서 소수 지역독점 중심의 전력산업 구조의 한계를 절감하고, 현재 소매시장 완전자유화를 목표로 수직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바꾸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부가 과연 이를 추진할만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대기업 특혜, 민영화 논란 등을 의식해서인지 KDI 등에서도 중장기 모델을 제시했는데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거든요.
아울러 전력산업과 뗄 수 없는 게 바로 가스문제입니다. 천연가스가 비싸게 도입되면 한전이 발전사에 지불하는 전력구입 비용이 높아져서 소비자의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최근 민간뿐만 아니라 발전자회사들도 천연가스 직수입을 추진 중인데, 가스공사를 중심으로 직도입 확대시 우려되는 천연가스 수급 안정성 저하를 이유로 천연가스 직수입 사업자간 직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직도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전력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양민승 전력거래소 처장= 부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성과라고 하면 역시 경영효율이 좋아졌다는 거죠. 양적으로도 민간발전 비중이 15%가량으로 늘어났지만, 질적으로도 혁신이 많이 이뤄졌다고 봅니다. 다만 전력시장제도가 완성되지 못한 것은 담당자로서 안타깝습니다. 비유하자면 당초 CBP체제는 가건물로 과도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13년간 본 건물처럼 유지된 게 문제였죠. 앞으로 새로운 체제로 진화돼야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재대로 된 평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김종철 산업부 전력진흥과장= 먼저, 구조개편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시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인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 또는 과정인가부터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도 스스로 여전히 구조개편이 진행 중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지난 13년이 허비된 시간이었다고만 보지 않습니다. 소중한 경험이자 앞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력산업과 전력구조는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스마트그리드가 대표적인 사례죠. 무엇보다 예전과 달리 전력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어요. 이제는 국민들과 사회의 요구에 최대한 부응할 수 있도록 이전과 같은 탑 다운(Top-down)이 아닌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전력정책을 수립해 나가야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사회= 현행 전력시장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신다면.

▶이재덕 상무= 현재 전력시장의 문제는 지나친 시장가격 규제와 함께 전력거래소의 역할부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력시장은 개별 발전기의 연료비를 기준으로 매일 24시간 전력판매가격과 발전량을 결정하는 현물(스팟)시장이다 보니 공급자인 발전사업자들에게는 최대 발전량 공급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고, 수요자인 한전의 지불의사와는 무관하게 한계발전기의 연료비만으로는 시장가격을 결정하고 있죠. 문제는 수요예측 오류와 적정 기저발전기의 공급 부족, 수급계획을 통한 신규 발전기 진입규제 등으로 시장가격이 올랐는데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시장가격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전력거래소는 가격규제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와 한전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구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죠. 최근 법제화된 거래가격 상한제와 정부승인 차액계약제(베스팅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베스팅계약의 경우 판매사업자가 다수일 때만 유효한 제도입니다. 판매경쟁과 연계해야만 의미가 있죠. 기존 정산조정계수를 대체하는 역할로는 제도시행의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양민승 처장= 전력시장에는 이해당사자가 많고 서로의 입장이 상반돼서 전력거래소가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게 참으로 어렵습니다.
베스팅계약의 경우 싱가포르의 예를 볼 때 판매사업자가 꼭 다수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단일사업자와 계약해도 정부가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거든요. 또 발전설비는 건설되면 30년간 운전해야 하는데 스팟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결정이 어렵습니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베스팅계약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수요자원이 발전사업자들과 경쟁하도록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스팟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축이 상호작용을 통해 전력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동안 전력거래소는 9.15 이후 전력수급상황이 어려워져 시장제도에 손을 댈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CBP체제의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표출하고 있죠. 앞으로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제한적이든 전면적이든 가격입찰시장(PBP)이 도입돼야 할 겁니다. 전기요금도 현재는 송전손실계수만 반영되고 있지만. 송전요금도 개선해서 지역별로 요금을 차등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호평 처장= 판매사업자인 한전 입장에서 보면 CBP시장은 워낙 전력가격이 급격히 변동하기 때문에 가격상한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너무 늦게 도입됐다고 보고 있죠.
베스팅계약도 현행처럼 전기 소매요금이 규제되는 상황에서 도매시장에서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베스팅계약이 단순히 정산조정계수를 대체하는 제도라기보다는 제대로만 설계되면 시장의 효율을 높이고, 투자시그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종배 교수= 시장제도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항상 욕을 먹습니다. 균형을 맞춘다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죠. 또 정답이란 게 없습니다. 각 나라마다 상황도 달라 100이면 100 모두 제도가 다릅니다.
가격변동이 심하다보니 그렇습니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약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전체의 80%는 계약시장을 통해 거래하고, 나머지 20%만 현물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져야 적절합니다. 그 고민의 대상물이 바로 베스팅계약이죠.
현재 시장제도 하에서는 석탄발전기가 수익을 많이 거둘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석탄발전기와 일부 일반발전기는 계약시장을 통해 거래하도록 하고, 일반발전기의 40% 정도는 경쟁을 통해 비용절감을 유도해야 합니다.
또 CBP제도를 대체할 가격입찰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효율이 떨어지는 발전기와 발전회사는 도태되고, 발전효율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죠. 아울러 전력시장을 감시할 독립기구가 꼭 필요하고, 앞으로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할 때는 비공개로 진행할 게 아니라 외국처럼 관련 연구용역 자료도 전부 공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종철 과장=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2가지입니다. 수요관리사업자가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력서비스 분야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하고, 시장가격 안정화를 위해 가격상한제와 베스팅계약을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상한가격제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원전 가동 중단 등으로 인해 전력시장가격(SMP)이 굉장히 높아짐에 따라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도입된 제도인데 동 제도가 규제적인 성격이 있어 법제처에서도 법으로써 규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그간 법 개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 등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고 봅니다. 앞으로 실제 운영도 현행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또 베스팅계약은 근본적으로 현물시장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주로 저원가 발전기들은 계약시장에서 거래하고, 현물시장에서는 고원가 발전기들이 양방향가격입찰을 통해 경쟁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이제 처음 시도되는 만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제도가 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종배 교수= 공급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비용절감에 대한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전력공급이 부족할 때는 투자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해 PPA(전력구매계약)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거든요. 발전자회사든 민간발전사든 투자비용을 보전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노력하지 않는 발전사업자를 보전해 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등생마저 살아남지 못하는 구조라면 그건 문제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등생은 살리고 열등생은 퇴출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호평 처장= 박 교수님 말씀처럼 베스팅계약은 우등생과 열등생을 구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봅니다. CBP체제에서는 열량효율만 따지다보니 경쟁력 있는 발전기들도 급전지시를 못 받을 경우 급기야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상황이거든요.

▶이재덕 상무= 시장규칙과 법은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민간발전사의 과도한 수익을 이유로 요구한 사안을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베스팅계약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 판매사업자도 경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회= 전력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기요금제도의 개선과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주신다면.

▶박종배 교수= 전력산업의 이상적인 모습은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이 연계되는 것입니다. 우리도 장기적인 목표로 판매시장 개방을 추진해야 합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도매부문만이라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죠. 엄밀히 말해 기존 CBP시장은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못했기 때문이죠. 베스팅계약을 통해 계약시장 물량을 늘리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소매부문은 가치산정 문제가 개입합니다. 그동안은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도매가격과의 갭을 메우는 식으로 운영해 와서 가치산정 개념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전기품질이 제각기 다를 것이기 때문이죠.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는 것도 연구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전기판매사업자는 기존 한전과 차별화해야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판매시장을 개방하기 전에 반드시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재덕 상무= 이제는 국내 전력산업구조를 판매경쟁 도입 등 시장중심으로 가느냐 아니면 한전 중심의 통합체제로 가느냐를 분명히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정책 결정은 더 이상 정부 주도로 이뤄져서는 곤란합니다. 물론 전기요금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정부의 우려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력산업을 정부의 관리대상 분야로 인식하다보니 소비자들도 전기요금을 전기세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미래의 전력산업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어 전문가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는 각계 전문가들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주고, 논의 결과를 토대로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천연가스 수입가격이 전력산업 안정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스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가스공사를 통하지 않고 가스를 더 싸게 사올 수 있다면 발전사의 수익 증대가 가능하고, 경쟁력도 높아져 결국 국민의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이호평 처장= 전력산업의 장기비전과 미래 한전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최근 에너지정책에 관한 아젠다도 에너지효율향상,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변화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 분야는 민간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고 봅니다.
민간에서 경제성을 들어 보급을 주저하는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저장장치(EES) 등도 한전이 최근 대규모 투자를 과감히 결정함으로써 앞으로 관련 산업계의 발전과 새로운 시장 창출에 큰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가 되거든요. 분명히 한전의 역할이 필요하죠.
한전도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전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적극 나선다면 전력산업 발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종철 과장= 오늘 좌담회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게 전력산업은 구조나 시장이 어떻게 됐든 국민과 소비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판매사업자든 발전사업자든 이해당자사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전력인프라는 국민들이 낸 전기요금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전력산업은 단순히 경제적인 입장에서만 볼 수는 없고, 사회 정서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수출을 비롯한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도 고려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볼 때 전력산업에서 시장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소매시장은 없지만, 적어도 도매와 소매요금을 연계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물론 급격한 변화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씀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최근 몇 년간 여러 차례 인상돼서 상당 수준 현실화됐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원가회수율만을 고려했다면 앞으로 비전력부분을 완전히 배제하고 보다 투명하게 총괄원가를 산정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가격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커져가는 사회적 비용, 환경적 비용 등 이른바 정책비용도 현실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정부는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전력산업계의 전문가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만나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정책방향을 결정하도록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