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10일 열린‘제1차 전기분야 통일위원회’회의에선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통일위원회 일정 및 역할 등을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10일 첫 회동을 가진 전기분야 통일위원회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 회견과 ‘드레스덴 선언’ 3대 제언 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국정 기조에 전기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고민 끝에 출범했다.
이를 위해 전기분야 통일위원회는 남북을 잇는 전기 인프라를 사전에 준비함으로써 바람직한 통일 한국 건설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민간 주도로 전기 분야 용어와 기술기준 등에 대한 통합을 실현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 통일준비위원회와의 연계를 도모하고 통일에 대비한 민간차원의 전기 및 에너지 분야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을 자문하는 역할도 수행할 방침이다.

▲전기분야 통일위원회가 사람-기술 교류 물꼬터야
이날 위원회에서는 현 시점에서 전기계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인적·기술적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이라도 남에서 북으로 이전할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해 교류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과 북을 잇는 대화 창구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전기 기술자에 대한 교육 등 인적 교류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형남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개성공단에 전기를 보낼 때 우리가 모든 걸 준비해서 진행했던 걸로 아는데 신포에 경수로를 지을 때에도 이런 것들이 다 준비돼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앞으로 전기분야 통일을 준비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전기공사협회 정안식 대구시회장과 김정호 전남도회장, 김동귀 이사 등 전기공사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위원들은 “온 국민의 염원인 통일을 전기계가 앞장서서 준비한다는 데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돼 좋은 아이디어들이 더 많이 제안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박근욱 변전전문협의회 회장은 “전기기술자들을 교류하자는 아이디어에 공감한다. 우리가 이들을 교육해서라도 교류가 이뤄진다면 남측이 겪고 있는 시공인력 고령화 등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기안전공사 부사장은 “전기로 밥 먹고 산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통일을 준비하는 데 전기가 이렇게까지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다. 북의 전력산업을 경험했거나 잘 아는 이들을 초빙해 현지의 상황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위원회의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최인규 한국전력 본부장은 “동북아 그리드 연계에 대한 논의는 이미 많은 부분 진전이 이뤄진 상황이다. 표면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관련 연구는 꽤 오랜시간 진행돼 왔다. 북에 있는 낙후된 설비들을 개선하고, 새로운 설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관련 규정이나 기준 등을 어떻게 조율해서 북에 진출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용 전기학회 회장은 “결국 인력과 기술과 정책의 싸움이다. 정책적인 부분은 꾸준히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장기레이스다. 이런 기회를 통해 미리미리 준비하고, 몇 년이 걸릴 지 모르지만 한 단계씩 준비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양호 공동위원장은 “북한은 자신의 전력부족 상황과 외부에서의 전력지원 없이는 경제발전이 요원하다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북한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전기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가의 의료장비를 보내줘도 금방 망가지고, 부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고장이 나면 고칠 수도 없다. 한번 주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끝까지 지원하는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북한 인력을 대상으로 한 전기인력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에도 토목이나 건설분야에 종사하는 일꾼은 많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전기안전공사 등 전기 분야에서는 북한의 인력을 쓰는 경우가 없다. 오늘 의견을 나누면서 북한에 있는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문승일 교수는 “오늘 저도 많은 것을 배웠다.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송전망 한 두 개로 망을 완성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나. 북의 전력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지금은 더욱 전기가 갈급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전력설비 현황
북한의 전력설비 현황에 대한 정확한 최신 데이터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발전설비 용량은 692만kW로 남한(8700만kW)의 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 이후 남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30배 이상 증가한 반면에 북한은 2배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발전은 화력과 수력이 대부분이다. 북한의 화력발전소는 총 11개가 건설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8개가 완공돼,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동양 최대라고 주장하는 북창화력을 비롯해 평양화력, 선봉화력, 청천강 화력, 청진화력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화력발전소는 구 소련의 재정 및 기술지원으로 건설됐다. 석탄과 중유를 함께 사용하는 평양화력발전소를 제외하고는 북한에서 생산하는 무연탄을 주로 사용한다.
북한은 수력발전소 용량이 화력보다 더 크다. 수력발전소 대부분은 일제 시대에 건설된 노후 시설들이다.
중국과 합작으로 운영하는 발전소가 있고, 중소수력 발전소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
북한의 전력계통은 평양에서 신의주를 중심으로 한 서쪽 계통과 동해안을 따라 구성된 동쪽 계통으로 나눌 수 있다.
북창화력에서 부전강수력 및 수풍수력에서 함흥 쪽으로 연결된 220kV선로가 동쪽과 서쪽 양 계통을 연계하고 있다. 154kV선로는 평양부근에 일부 존재한다고 알려 졌지만, 1960년대 이후 154kV를 220kV로 변경해 현재 154kV 계통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원도와 휴전선 부근은 대부분 66kV 계통으로 구성됐다.
북한의 정격 주파수는 60Hz로 남한과 동일하지만, 전기가 부족하고 변전소와 변압기의 수가 적기 때문에 주파수가 일정하지 않고 전압 또한 기준치 보다 낮다.
이 처럼 낮은 품질의 주파수와 저역률 문제는 전기제품과 송배전설비의 손상을 유발하고,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주제발표
전기가 통해야 남북이 통한다(문승일 서울대학교 교수)

통일을 준비하려면 전기가 먼저 연결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을 잇는 동북아시아 전력망의 중심이다. 하지만 남과 북이 단절되면서 계통 측면에서는 고립된 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지난 1990년 20% 수준이던 북한의 송배전망 손실은 2000년 이후 최소 20%에서 최대 50%선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변압기, 배전설비 등에 비규격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다가 전력계량기 부족 등의 이유로 정확한 손실규모를 추정하는 게 쉽지 않다. 현재 북한은 공장이나 기업에 공급할 전력이 부족할 경우 민간에 대한 제한 송전 또는 절전이 이뤄진다. 주파수 불량, 저전압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정전 또한 잦은 상황이다.
이에 북한과의 전력계통 연계 방안으로 ▲HVDC(초고압직류송전) ▲마이크로그리드 ▲동북아 수퍼그리드 등 3가지를 제안한다.
HVDC는 우리의 전기 흐름을 조절하면서 북한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북한의 전기사고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밸브’의 역할도 할 것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북한 내 지역별로 전기를 공급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앞선 두 가지를 기반으로 구축할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러시아·중국 등과의 계통 연계를 통해 에너지 수출입의 기반을 닦고, 새로운 경제도약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에너지 수급의 리스크(risk)를 줄여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케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 자원 활용과 온실가스 감축 등 전 세계적 이슈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HVDC·마이크로그리드·장거리 송전기술 등에 대한 선제적인 기술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민간 차원의 기술·인적 교류 확대도 간과할 수 없다.
아울러 동북아 전력망 연계의 핵심인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 ‘동북아 수퍼그리드 통합전략’을 수립하는 등 전력산업계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