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되는 배출권거래제가 시행을 5개월 앞두고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기획재정부는 “배출권거래제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이 기업과 국민 전체에 어느 정도의 부담을 미칠지 검토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7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기획부, 환경부, 산업부 관계자와 경제계, 시민단체, 학계 등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배출권거래제 시행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배출권거래제 시행 연기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배출권거래제가 제도 시행을 단 5개월 앞두고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국회에서 법으로 통과된 사안을 정부가 나서서 조정하려는 것은 위법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는 대상업체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의 자체 투자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 배출권이 남을 경우 시장에 내다 팔수 있고, 부족한 수량은 시장에서 사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한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201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통해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2012년 이해당사자와의 협의를 거쳐 배출권거래제 관련 법령을 제정했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와 18개 주요 업종별 단체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국내 산업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계는 현재 계획대로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2015년~2017년까지 최대 28조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해 생산과 고용에 차질이 막대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경제계의 반발로 2013년에 이미 한 번 제도를 연기했기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경환 부총리가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놓고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제도 시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부총리는 7월 28일 “배출권거래제를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견딜 만한 부담인지 검토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 혼자만 한다고 지구온난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국제적인 흐름과 함께 국제사회에 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6월까지 수립돼야 했던 배출권 할당계획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사실상 기존 계획에 변화를 시사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산업계 양측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

7월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의 주최로 열린 ‘배출권거래제 시행 긴급토론회’에서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경제계가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해 2013년에도 제도 시행을 2년 연기했고, 1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을 무상할당하고 감축률도 10% 줄여주는 등 상당한 특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입법사항”이라며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사항이지 정부에서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미 지난달 수립했어야할 할당계획을 아직도 수립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히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찬우 기획재정부 미래사회정책국장은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배출권거래제로 기업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은 이를 가격에 전가해 국민들에게도 부담이 간다. 그래서 부담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현 상태에서 경제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수준인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기를 못 박을 순 없지만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리고 마무리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