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토마스 컨트리맨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차관보와 박노벽 한미원자력협정개정협상전담대사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협상 관련 소규모 협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열린 ‘한미 소규모 원자력 협상’에서 원자력 협정의 전면적인 개조에 대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의 핵주권’이 재조명되고 있다.
핵주권이란 독자적인 개발을 통해 핵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핵에너지의 보유 및 농축, 재처리 시설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6년 미국과 ‘원자력의 비군사적 사용에 관한 협력협정’을 맺었으며, 이후 1974년 현행 협정의 효력을 갖는 ‘원자력의 민간 이용에 관한 협력을 위한 협정’으로 대체했다. 현재는 올 3월 예정돼 있던 만기를 2016년 3월로 2년 연장하고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 당시 미국은 한국에 원자력 관련 기술을 지원하는 대신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는 항목을 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핵심적인 핵연료주기 분야인 농축과 재처리에서 제약을 받게 된 것이다.

◆협상의 쟁점은 ‘농축․재처리’
한미 원자력 협정의 쟁점은 우리나라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 확보 문제다.
우리나라는 우라늄 농축 권한이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농축한 뒤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한 해 1조원에 달한다.
재처리 권한 역시 쌓여만 가는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현재는 국내 원전 부지 4곳의 발전소 내 수조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저장하고 있다. 임시저장용량은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십수년 사이에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연료를 수월하게 공급하기 위해 재처리 권한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현재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원전강국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기술이 없다”면서 “핵 연료봉의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등 다양한 선진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이 또한 한미 원자력 협정이 선결돼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우라늄을 회수해 새로 가공한 뒤 고속증식로에 넣어 이용하는 기술로, 플루토늄이 순수하게 추출돼 핵무기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핵비확산 원칙과 핵안보를 이유로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원전 기술과 공급 능력 축소, 주요 원전 운영․수출국에 대한 영향력 약화 추세도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수출 주권 확보 위해 ‘올인’
우리나라는 원하는 방향으로 협정 개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제적으로 외교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20여년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 1988년 재처리 권한을 확보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외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담당자와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원자력국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20여년에 걸친 준비과정을 수행했다. 우라늄 농축 권한에 있어서도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 시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도록 합의했다.
이에 정부 측은 일단 협정의 몇 개의 조항이 아니라 기본 뼈대를 고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농축·재활용 관련 사항들에서는 연구개발 등 우리가 필요한 옵션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해서도 저장, 수송, 처분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이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 방안에 대한 협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원전 수출에서 국내 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국가들을 상대로 원전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 또한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진행하는 중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원전용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에너지 안보 및 원전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리 방안을 마련해 원전 지속성을 확보하며 ▲고속로 기반의 미래 원자력 시스템 개발을 위한 파이로프로세싱 재처리 기술 확보를 추구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향후 협정이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특히 한미 원자력 파트너십 구축의 원칙으로 ▲단절이 아닌 관계 심화와 고도화 ▲원자력의 ‘이중성’을 감안한 과학기술산업적 기준 및 비확산․핵안보 기준 만족 등을 고려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한미 양국은 그동안 협의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효과적인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방안, 원전 수출 경쟁력 제고 방안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왔다”며 “시급한 사용후핵연료 문제 대처를 위해 핵주기 공동연구를 포함한 양자 및 다자간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