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정부승인차액계약제도(VC; Vesting Contract)가 시행된 후 한전과 발전사업자 간에 첫 계약이 체결됐다.
한국전력(사장 조환익)은 26일 서울시 중구 한전 서울지역본부에서 포스코에너지, 현대그린파워, 지역냉난방 구역전기사업자와 함께 ‘부생가스발전기 정부승인차액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은 2월 27일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친후 산업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시행될 예정이다.
VC제도는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자가 정부 승인하에 석탄 등 저원가 발전기를 대상으로 발전물량과 거래가격을 사전에 계약하고, 전력시장가격과 계약가격 간의 차액을 정산하는 제도다. <그래프 참조>
정부는 지난해 말 정부승인차액계약 체결대상 발전사업자와 발전기에 관한 사항을 담은 운영기준을 통과시켰다. 올해는 부생가스 발전에만 우선 적용하고, 일부 수력과 원자력, 석탄발전은 추후 논의를 거쳐 도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에너지의 광양부생복합 1, 2호기와 포항부생복합 1, 2호기, 현대그린파워의 현대그린파워 1~8호기가 정산조정계수 대신 차액정산계약의 대상이 됐다.
이번 계약 체결에 따라 한전과 13개 지역냉난방 구역전기사업자는 올 12월 31일까지 포스코에너지와 현대그린파워의 부생가스 발전 전력을 kWh 당 98.77원으로 구입하게 된다.
부생가스 발전은 제철이나 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고로가스, 코크스제조가스, 메탄가스 등)를 포집해 전력생산에 사용하는 형태의 발전을 말한다.
이날 계약 체결식에는 백승정 한전 기획본부장, 이경훈 포스코에너지 부사장, 이학순 현대그린파워 대표이사, 조용선 구역전기사업자협회 협회장이 참석했으며, 백승정 본부장은 “부생가스발전기에 대해 첫 번째 VC를 체결하게 되었는데, VC 도입 취지에 맞게 전력수급 안정과 전기사용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적극 협조해 나가자”고 요청했다.

안정적인 전력거래시스템 정착의 첫 걸음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도매시장은 대부분의 해외 전력시장과 달리 사실상 100% 시장거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외부충격과 환경변화에 따라 전력시장가격(SMP 계통한계가격)이 크게 변동할 수 있다.
한전 전력시장처 이만근 팀장은 “해외(유럽, 미국 PJM 등)에서는 계약시장이 활성화되어 전체 거래물량에서 사전 계약거래 물량이 85%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물 시장거래는 15%에 불과하다”며 “ VC를 도입할 경우 이러한 시장변동성을 완화해 안정적인 전력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한전발전자회사와 민간발전사의 저원가 발전기(부생·석탄)의 초과이윤을 제한하기 위해 운영 중인 ‘정산조정계수’를 VC로 대체함으로써 전력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발전회사의 효율개선을 유인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향후 적용 예정인 석탄·원자력 발전기들은 ‘시간별 계약전력량’(발전의무량)이 주어지고, 실제 발전량이 계약전력량을 초과하거나 부족할 경우 인센티브와 위약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발전회사는 고장을 줄이는 등 효율적인 발전기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시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력시장 개설 이후 최초로 도입되는 VC 제도는 전력거래가격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발전사의 책임강화 및 비용절감 유인으로 전력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발전원별로 단계적으로 VC를 도입할 계획이며, 올 하반기에는 수력발전기, 2016년에는 석탄발전기, 2017년 이후에는 원자력발전기 등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VC 도입을 위해 지난해 5월에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공포했으며, 지난 1년간 정부, 한전, 발전자회사, 민간발전사, 전력거래소 등이 ‘VC 유관기관 TF’를 구성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VC 설계안을 마련했다.

▦용어설명

·정산조정계수: 원자력, 석탄 등 저원가 발전기의 이윤을 제한하기 위해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재무균형을 감안하여 적용하는 일종의 할인율을 말한다.

·SMP(System Marginal Price 계통한계가격) : 시간대별로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비가 낮은 발전기부터 투입되며 최종 투입되는 발전기의 연료비가 곧 전력시장가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