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전기]

최근 들어 LNG발전소의 존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력수요 증가는 둔화된 반면, 기저설비 건설 증가로 인한 설비예비율이 증가하면서 LNG복합화력 등 첨두부하 설비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상태로 가다가는 LNG발전소들이 전력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설비예비율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그동안 대부분의 발전회사들은 상당히 안정적인 수익을 영위해 왔다. 특히 LNG복합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발전사들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전력시장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면서 과도한 수익을 얻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잘못된 전력수요예측으로 인한 전력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빨리 건설할 수 있는 LNG복합발전소를 단기간에 너무 많이 건설한 탓이 크다.

두 번째는 전력도매시장의 경우 변동비반영시장(CBP)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시장체제가 도입된 반면, 소매시장은 요금규제로 인해 서로 연계되지 않음으로써 도매시장 가격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규제에 의해 자원배분이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력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전력시장제도를 재정비하고, 전력시장을 정상화시켜 LNG발전 비중을 적정선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복덩이’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버린 LNG복합화력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전력 설비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설비용량 증가율보다 최대 전력수요 증가율은 더 커서 2003년을 기점으로 설비예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설비예비율은 2004년까지 대체로 15% 이상 수준을 유지했지만, 2006년부터는 10% 미만으로 낮아졌으며, 2011년에는 5% 미만으로까지 하락했다.

설비예비율이 계속 하락한 것은 몇 차례에 걸친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수요를 낮게 예측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때문에 전력당국은 부족한 설비용량을 보충하기 위해 비교적 건설기간이 짧으면서 효율이 높은 LNG복합화력을 긴급설비로 추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 결과 가스발전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가스발전이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는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가스복합 설비의 전력거래 실적은 2001년 854GWh에서 2013년 11만5107GWh로 거래량이 100배 이상 증가했고, 거래금액도 1236억원에서 18조2495억원으로 100배 이상 증가해 2013년 발전원별 거래금액에서 가장 높은 비중인 43.3%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LNG복합발전의 최대 호황기로, 전력수급 불균형이 계속되면서 시장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 전력구입비용이 치솟으면서 한전은 수조원의 적자가 발생한 반면, 반대로 LNG복합발전을 운영하는 민간발전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원을 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전력당국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한편, 제약비발전 전력량정산금(COFF·계통사유로 발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기대이익)과 무부하비용(발전기 출력이 0인 상태에서 시간당 소요되는 비용) 등의 전력시장제도 개선을 통해 전력시장가격을 낮추기 위한 안간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신규 발전소들이 대거 준공하고, 고장과 시험성적서 위조 등의 이유로 가동을 멈췄던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정상화되면서 전력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경기침체와 온화한 기후 등의 이유로 전력수요는 완만하게 증가해 전력수급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LNG발전소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전력 부족으로 발전단가가 비싼 중유 및 가스터빈 발소기가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빈도가 높아 LNG복합발전의 경우 투자비 회수는 물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LNG복합발전이 실질적인 한계발전기로 전락해 적정 수익 확보가 불가능해졌다.

새로 건설한 효율 좋은 LNG복합발전소조차 이용률이 60%를 밑돌고, 웬만한 기존 발전소들의 이용률은 40%이하에 머물고 있다. 전력시장가격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상당수 발전기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신규발전설비 건설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전력수요 증가는 정체될 것으로 전망돼 LNG복합화력의 수익악화가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전력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LNG복합화력 활성화해야
많은 전문가들은 전원 계획에서 LNG 비중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김욱 부산대 전기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건설비와 연료비 등 경제성만 고려해 수급계획 최적화 모형인 WASP-IV를 적용할 경우 2014년의 전원별 적정 설비용량 비중은 원자력 59.9%, 석탄 29.3%, LNG 10.7%로 분석됐다.

실제와 비교할 때 LNG 비중은 16.7%나 낮다. 또 이 모형에 따르면 향후 전원계획수립에 있어 LNG비중은 더욱 낮추고, 석탄발전소만 신규로 건설하는 게 훨씬 경제성이 높다는 결론도 나왔다.

실제 LNG복합화력의 이용률이 계속 낮아지다 보니 최근 들어 신규 복합화력의 건설은 현저히 둔화되고, 대부분의 발전사업자들은 석탄화력 건설에 집중하고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WASP-IV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전과 석탄만을 건설할 경우 환경적인 측면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곤란하고, 사회적 측면에서 송전망 건설이나 부하 집중으로 인한 고장전류 등의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도 LNG발전설비용량 비중이 27% 수준으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온실가스 총량제약을 고려할 경우 LNG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욱 교수는 “전원계획을 수립할 때 단순히 건설비와 연료비만 고려해서는 안 되고, 온실가스 감축량을 고려한 최적전원믹스를 짜는 게 중요하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지만, 신규 원전 건설이나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한계가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LNG복합발전 건설을 늘리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1차 계획기간인 2017년까지는 정부가 보유 물량을 다 풀어서라도 배출권거래제 목표를 이행한다는 계획이어서 발전사업자들이 LNG복합발전소를 건설할 유인이 적은 게 사실이다.

발전사들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1t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은 8만 원 정도인데 반해 정부 보유 물량을 구매할 때 드는 비용은 t당 1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단계 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되는 2018년 이후에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이행과 관련해 LNG복합화력의 환경적 가치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LNG복합발전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환경부가 제시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2027년까지 26.7% 감축)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LNG복합화력의 설비용량비중을 41.3%까지 늘려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를 위해서는 석탄과 가스의 급전순위를 변경해야 하지만 현재 석탄과 가스의 연료비 차이가 너무 커서 배출권 가격이 t당 13만원은 돼야 급전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천연가스 수급차질에 따른 국가적 손실 방지 차원에서 LNG복합화력의 적정 비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가스 발전 비중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온실가스 감축과 원전 및 고압 송전망 확충에 따른 갈등을 고려할 경우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특히 가스공사가 2024년까지 이미 가스수입 장기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발전용 가스수요가 감소할 경우 국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LNG 비중을 적정선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노재형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도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수용성이 낮은 원자력 및 석탄화력과 비싼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에 주력하기 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천연가스 복합화력을 확대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분산형 전원으로서 가스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분산형 전원으로서 가스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며 “특히 당진뿐만 아니라 동해안 지역에서 송전망 건설이 쉽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 송전망 건설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고장전류 등으로 불안한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가스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전력수급계획의 설비계획과 전원믹스를 할 때 그동안에는 경제성을 가장 우선했지만 이제는 지속가능성으로 관점을 확대하고, 지역갈등과 계통문제를 유발하는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며 “분산형 전원 확대를 위해서는 송전요금을 지역적으로 차등 부과하고, 수도권 산업용의 지역요금제도 도입과 소매요금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 개입 축소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력시장제도 정상화 필요= 가스발전기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전력시장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일종의 투자비 성격인 용량요금(CP)의 현실화다. 용량요금은 전력시장에서 전력공급의 신뢰도를 보장하기 위해 발전입찰 참여용량에 대해 지불하는 정산금으로, 적정한 발전설비 투자 유도를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 성격이 크다.

용량요금은 발전기와 송전접속설비에 대한 기준용량가격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2007년부터 1kWh당 7.46원이라는 고정된 가격으로 지급받고 있다. 1kWh당 7.46원은 일종의 기준값인 7.17원에 과거에 한전이 부담하던 수전전력 기본요금(0.11원)과 송전접속비용(0.18원)을 발전회사가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정해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전력이 부족해 계통한계가격(SMP)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도 전력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찾기보다 도매시장에서 한전의 구입비용을 줄여 전기요금을 안정화시키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용량요금이 현실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화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해 왔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제도는 모순적 요소가 많지만 지난 몇 년간 전력공급 부족으로 계통한계가격(SMP)이 비정상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전력예비율이 높아져 발전사들의 수익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이러한 모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용량요금은 현실에 맞게 산정해야하는데도 지난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높은 SMP 때문에 발전사업자들도 요구하지 못해 왔지만, 이제는 SMP가 크게 낮아지고 있는 만큼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전력시장 제도가 지속된다면 올해 민간발전사들의 경영 악화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광인 숭실대 교수도 “2024년까지 대폭적이고 지속적으로 SMP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용량요금(CP)을 현실화하는 등의 현행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새로 건설되는 LNG복합발전소들의 존립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CBP체제 하에서는 LNG복합의 수익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수단은 용량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어 용량요금(CP) 제도 개선방향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CP 현실화보다는 수전전력 기본요금과 송전접속비용을 현실화하고, 보조서비스 정산금을 인상하는 방안만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갈수록 전력예비력이 늘어나 발전설비 용량의 가치는 하락하는데, 돌리지도 않는 발전기에 더 많은 CP를 준다는 게 국민 정서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PCF(Performance-based Capacity Factor) 개념을 도입해 이용률이 떨어지는 노후발전기에 대해서는 CP를 줄이려 하고 있다.

계통운영보조서비스(AS)는 계통운영 신뢰성과 전기품질 유지를 위해 발전사업자들이 주파수조정, 예비력, 자체기동 등의 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정산단가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총 AS정산금은 464억원 규모다.

또 CP 항목의 하나인 송전접속비용(건설비 + 운전유지비)과 수전전력요금은 그동안 물가인상과 발전기 용량 증대에 따른 연계설비 고전압화(154kV→345KV), 전기요금 인상 등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수 년 째 동결돼 왔다.

발전사들은 계통의 요구에 따라 발전기를 운전해야 해서 손실이 발생함에도 보조서비스 정산금이 연간 전력거래 정산금의 0.1% 수준에 불과하다며 해외 사례처럼 0.8% 수준으로 높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송전접속비용 산정시 송전접속설비를 현실화하고, 수전전력요금도 현실화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도 AS정산금이나 CP의 일부를 재산정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AS정산금 일부가 COFF(계통제약으로 급전계획이 변경돼 계획량보다 적게 발전한 전력량에 대해 기대수익을 지급하는 것)로 정산되고 있어 해외 시장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고, CP 산정 기준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최근 수행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적정 용량요금은 현재 기준요금(7.46원/kWh)보다 훨씬 높은 15.26원/kWh(가스복합기준) 또는 11.68원/kWh(가스터빈기준) 수준”이라며 “하지만 전력당국은 0.29원/kWh에 불과한 송전접속비용과 수전전력기본요금 재산정만 검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발전설비 기준용량가격을 포함해 CP 산정 기준을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용량요금도 일률적으로 지급할 것이 아니라 용량시장을 개설해 예비력을 시장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